pH 글자가 비커 속에 반쯤 물에 잠겨 서 있고, 그 위의 용액은 만능 지시약처럼 빨강에서 노랑과 초록을 거쳐 파랑과 보라로 색이 바뀐다. 뷰렛에서 방울이 떨어지고, 수면에 고리가 퍼지고, 바닥에서 거품이 올라오고, 교반 막대가 돌고, 유리 전극의 구가 빛난다. 구석의 계기가 숫자를 보여 주고, 아래 지시약 띠의 표시가 같은 칸까지 미끄러져 간다.
단위 시트
화학과 실험실 1/1면 · 개정 2026-09수소 이온 지수 pH
SI 밖의 양 · 양: 용액의 산성도, 수소 이온 활동도의 무차원 로그
단위가 없는 로그 눈금
1909년 덴마크의 화학자 쇠렌 쇠렌센은 칼스버그 양조장 연구소에서 효소가 맥아즙의 산성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하며 매일 리터당 0.000 000 1몰 같은 농도를 기록했다. 0을 세는 데 지친 그는 수 자체 대신 마이너스 부호를 뗀 지수만 쓰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천만분의 일은 그냥 7이 되었다. 그 뒤로 산성도는 뒤에 아무 단위도 붙지 않는 수로 측정된다.
이 표기는 편리하지만 함정이 있다. 1 단위 차이는 10배의 변화를 뜻하므로 pH 3인 용액은 pH 5인 용액보다 3분의 1이 아니라 100배 더 산성이며, 두 pH 값은 더할 수도 평균할 수도 없다. pH 2와 pH 4인 용액을 같은 부피로 섞으면 3이 아니라 2.30이 된다. 더해지는 것은 농도 자체이고, 로그는 그 합에서 취하기 때문이다.
이 페이지는 적정에서 pH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왜 7이 25도에서만 중성인지, 그리고 수족관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는 이 양을 왜 아직도 ‘이온 하나의 활동도’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약속 없이는 엄밀하게 측정할 수 없는지를 보여 준다.
소문자 p와 대문자 H로, 항상 이 순서로 띄어 쓰지 않고 쓴다. PH나 Ph가 아니라 pH이다. 소문자는 연산을, 대문자는 화학 원소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수치는 온도의 도처럼 기호 뒤에 놓아 pH 7.40으로 쓰며, 그 뒤에 단위는 쓰지 않는다.
pH는 산의 농도도 세기도 아니다. 같은 농도의 식초와 염산은 각각 pH 2.9와 1.0을 보이며, 완충 용액은 산을 많이 담고 있어도 거의 중성에 가까운 수치를 보일 수 있다. pKa와 혼동해서도 안 된다. pKa는 산 자체의 성질이어서 얼마나 부었는지와 상관없지만, pH는 용액의 성질이다.
01 · 정의
로그 · 활동도 · 중성점수소 이온 지수 pH는 용액 속 수소 이온 활동도의 상용로그에 음의 부호를 붙인 값이다. 활동도는 리터당 1몰이라는 표준 농도를 기준으로 하므로 무차원이며, 따라서 로그 자체도 무차원이다. pH는 어떤 단위로도 측정되지 않고 수치로만 나타낸다.
묽은 용액에서는 활동도가 농도와 거의 같아서 pH를 리터당 몰 수에서 바로 계산할 수 있지만, 진한 용액과 바닷물에서는 이온들이 서로 방해하여 농도와 활동도의 차이가 0.1 단위대에 이른다. 물 자체도 조금씩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으로 나뉘며, 25 °C에서 두 활동도의 곱은 10⁻¹⁴이다. 둘이 같은 양으로 있는 용액을 중성이라 하며, 곧 pH 7이다.
물의 이온곱은 온도에 따라 빠르게 커지므로 중성점은 끓는점에서 6.13까지 내려가고 0도에서는 7.47까지 올라간다. pH 7인 용액은 50 °C에서 이미 약한 염기성이며, 수치는 그대로이다.
비커의 색을 바꾸는 두 방울
왼쪽에서는 25밀리리터의 용액이 든 비커에 뷰렛에서 적정제가 떨어지고, 액체는 그때의 pH에 따라 만능 지시약으로 물들며, 구석의 계기가 수치를 보여 준다. 오른쪽에서는 적정 곡선이 자라난다. 지나온 부분은 지시약 색의 굵은 선으로, 나머지는 가는 회색 점선으로 그려진다. 수평 점선은 중성점 pH 7이고, 수직 점선은 당량점으로, 산이나 염기 전체에 꼭 필요한 만큼의 적정제가 더해진 지점이다.
pH 2와 pH 4를 섞으면 3이 되지 않는다
pH 2인 용액 1리터에는 수소 이온이 100분의 1몰, pH 4인 용액 1리터에는 1만분의 1몰이 있으므로, 섞은 뒤 2리터에는 0.0101몰, 즉 리터당 0.00505몰이 있고 이것이 pH 2.30이다. 산성인 용액이 결과를 거의 전부 정하고, 덜 산성인 용액은 희석만 더할 뿐이다. 그래서 여러 시료의 pH를 단순 평균해 보고서에 적으면 가장 산성인 시료에 대해 늘 잘못된 모습을 전하게 된다.
02 · 환산
농도 · 물질 · 온도계기의 숫자에서 리터당 몰 수로
pH, 수소 이온이나 수산화 이온의 농도, 또는 pOH를 입력하면 이 페이지가 나머지를 모두 계산하고, 용액을 익숙한 물질과 비교하며, 다른 온도에서 중성점이 어디인지 보여 준다. 모든 탭에서 용액은 같으며, 바뀌는 것은 비교 대상뿐이다.
기억할 규칙: pH 1 단위는 농도의 10배 변화, 0.3 단위는 2배 변화이다.
환산은 활동도를 농도와 같다고 보는데, 이는 묽은 용액에서만 성립한다. 바닷물, 혈액, 강산에서는 활동도 계수 보정으로 답이 0.1~0.2 어긋난다. 물질의 pH는 대표값이지 규격값이 아니다. 레몬즙, 커피, 비에서는 시료마다 0.5 단위까지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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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측정 기기
종이 · 유리 · 백금 · 완충 용액수소 이온을 무엇으로 잡는가
띠 위의 무지개
만능 지시약은 여러 색소의 혼합물로, 각 색소가 자기만의 좁은 범위에서 색을 바꾸기 때문에 함께 빨강에서 보라까지 눈금 전체를 물들인다. 띠를 용액에 담그면 용액이 종이를 타고 올라오고, 그 색을 인쇄된 색 견본과 눈으로 비교한다. 정밀도는 약 1 단위이지만 답은 1초 만에 나오고 어떤 기기도 필요 없다.
산을 느끼는 유리
특수 유리로 된 얇은 구는 표면이 부풀고, 수소 이온이 그 수화층과 자리를 바꾸어 안쪽과 바깥쪽 용액 사이에 전위차가 생긴다. 25 °C에서 이 전위차는 pH 1 단위마다 59.16밀리볼트 바뀌며, 데우면 기울기가 커진다. 그래서 제대로 된 pH 미터는 늘 온도도 함께 잰다.
전기화학 전체의 영점
해면 모양의 백금흑을 입힌 백금판을 1 bar의 압력으로 수소에 씻기면, 그 위에서 기체와 용액 속 수소 이온 사이에 평형이 이루어진다. 이 전극은 다루기 어렵고 까다롭지만, 그 전위는 중개 없이 정의의 식 자체를 따른다. 세계의 모든 유리 전극을 교정하는 1차 표준 완충 용액이 바로 이 전극으로 값을 매긴다.
측정할 때마다 준비하는 세 개의 비커
유리 전극은 노화하여 영점과 기울기가 틀어진다. 그래서 작업 전에 pH를 아는 완충 용액, 보통 25 °C에서 4.01, 7.00, 10.01로 계기를 확인하고 그것으로 직선을 다시 긋는다. 이런 교정을 거치지 않은 계기는 소수점 아래 두 자리 수를 보여 주지만, 둘째 자리는 전극을 낯선 용액으로 옮기기 전까지만 믿을 수 있다.
05 · 표기 규칙
기호는 숫자 앞 · 단위 없음 · 온도 병기기호 뒤에 숫자, 단위는 없다
pH 기호는 단위처럼 숫자 뒤가 아니라 눈금의 이름처럼 숫자 앞에 놓으며, 정확한 값 옆에는 그 값을 얻은 온도를 함께 적는다.
오른쪽 첫째 줄은 pH가 단위인 것처럼 기호를 숫자 뒤에 놓고, 둘째 줄은 화학에서 아무 뜻도 없는 대문자 P를 쓰며, 셋째 줄은 지수에 리터당 몰을 붙인다. 몰은 농도 속에만 있다. 넷째 줄은 로그를 백분율로 바꾸어 0.3의 감소가 대수롭지 않아 보이게 하지만, 실제로 수소 이온은 절반이 되었다. 다섯째 줄은 있지도 않은 ‘단위’를 덧붙이고, 여섯째 줄은 농도를 평균해야 할 곳에서 로그를 평균한다.
06 · 이웃 단위
농도 · 로그 · 물질량pH의 로그 아래에는 리터당 몰로 나타낸 농도가 있고, 로그라는 점이 pH를 데시벨의 친척으로 만든다. 데시벨도 수십 자릿수를 짧은 눈금에 눌러 담는다. 그리고 pH가 국제단위계와 이어지는 유일한 SI 단위가 몰이다.
로그를 취하는 바로 그 농도이며, 산을 얼마나 부었는지 셀 때 쓰는 농도.
역시 무차원의 로그이지만 전력의 비를 취하고 계수 10을 곱한다.
물질량. pH는 이를 통해 국제단위계와 이어진다.
07 · 역사 부문
자료 · 양조장에서 IUPAC까지0이 어떻게 눈금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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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종이에 들어가지 않는 네 계단
막대의 높이는 pH 1, 2, 3, 4일 때의 수소 이온 농도를 로그가 아닌 보통 눈금으로 나타낸 것이다. 막대마다 앞의 것보다 10배 낮고, 넷째 막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틀이 차례로 막대를 훑고 지나간다.
쇠렌센이 로그를 고른 것은 보기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다루던 양이 어떤 종이에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pH 1에서 pH 7까지의 일곱 계단은 선형 눈금을 1000만 배로 늘여 버린다.
약속 없이는 잴 수 없는 양
정의는 수소 이온 하나의 활동도를 말하지만, 열역학이 잴 수 있는 것은 부호가 반대인 이온들의 활동도의 곱뿐이다. 용액은 언제나 전기적으로 중성이어서 이온 하나만 따로 꺼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의대로 엄밀히 말하면 pH를 재는 기기는 없으며, 잴 수 있는 것은 수소와 함께 염화 이온이 들어간 양뿐이다.
이 틈은 약속으로 메운다. 베이츠–구겐하임 규약에 따라 염화 이온의 활동도 계수를 용액론의 간단한 식으로 계산하고, 그다음 수소 전극과 은–염화은 전극을 쓰고 액간 접합이 없는 하니드 전지가 몇 가지 기준 완충 용액의 1차 pH 값을 준다. 지구상의 다른 모든 측정은 교정의 사슬을 통해 이 완충 용액들에 기대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pH 수치에는 측정 자체에 더해 약속도 들어 있다. 두 연구소가 100분의 1 단위까지 일치하는 것은 같은 자연을 쟀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규약을 채택하고 같은 완충 용액으로 교정했기 때문이다.